'막장 드라마'된 캐버노 인준 청문회
막장 정치 드라마였다. 점심 시간 휴회 전에 청문회가 63차례 중단됐고 70명이 체포될 정도로 아수라장이었다. 4일 워싱턴 D.C. 연방의회에서 열린 브렛 캐버노(53) 연방대법관 상원법사위원회 인준 청문회는 첫날부터 그의 인준을 반대하는 시위와 청문회를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한 민주당원들의 반발 목소리로 뒤덮였다. 시위자들은 "캐버노는 낙태반대주의자" "캐버노 인준에 반대표를 던져라" "여성 낙태권리를 빼앗을 사람"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고성을 지르다 줄줄이 퇴장당했고, 민주당원들은 청문회 내내 이의제기를 하며 보수성향 판사인 캐버노에게 대법관직을 순순히 넘겨줄 수 없다는 모습이었다. 법조계의 대표 논객인 앤드루 나폴리타노 판사는 "과거 여느 연방대법관 인준 청문회에서 볼 수 없었던 장면의 연속이었다"며 "미국정치의 치욕이다. 임명을 막을 수 없다면 그 절차라도 최대한 어렵게 하려는 모습이 역력했다"고 지적했다. 로이터 통신도 "오늘날 미국 정치판의 현실이다. 캐버노 인준절차는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지만 양당 의원들은 서로 표밭에 잘 보일 생각만 했다"고 비판했다. 척 그래슬리(아이오와) 상원 법사위원장이 서두연설을 마치는 데 1시간15분의 시간이 소요될 정도로 청문회는 중단의 연속이었다. 청문회를 마친 뒤 그는 "그동안 15명의 대법관 인준 청문회를 거쳤지만 이런 난장판 청문회는 처음이다"라며 민주당원들을 비난했다. 서두연설 때 그가 입을 열자 카말라 해리스 의원(캘리포니아)을 비롯해 민주당 의원들의 이의제기가 쏟아져 나왔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캐버노 지명자는 "중립적이고 정파에 치우치지 않는 대법관이 될 것이다. 또 대법관은 법을 지키는 사람이지, 법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역사와 전통을 존중하면서 헌법에 명시된 대로 심판할 것이며, 가난하거나 부자인 이들 모두에게 공정한 심판을 할 것이다. 헌법정신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2006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에 의해 판사로 임용된 캐버노 지명자가 대법관으로 인준되면 연방 대법원은 보수 5명, 진보 4명을 이루게 된다. 때문에 대다수 민주당 의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캐버노를 대법관 후보로 지명하자마자 즉각 반발했다. 이들은 캐버노가 1994년에 빌 클린턴 전 대통령 탄핵을 주도했던 케네스 스타 특검팀에서 활약하며 백악관 고문 빈센트 포스터 사망 사건을 비롯해 모니카 르윈스키 스캔들을 다루고, 클린턴 탄핵 권고문 작성에 참여한 점 등을 문제삼고 있다. 또 부시 전 대통령 정권 당시 백악관 법률고문으로 활동한 것과 일부 자료가 늦게 제출된 점 등이 문제라는 반응이다. 민주당의 에이미 클로부처(미네소타) 의원은 "다른 자료 4만2000건은 어젯밤에야 받았다"면서 "자료를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니 청문회를 연기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공화당원들은 즉각 반박했다. 그래슬리 위원장은 "캐버노 지명자의 자질을 점검할 시간은 충분히 줬고, 무엇보다 그는 지명자 역사상 가장 많은 문건을 제출했다"며 "내 보좌진은 4만2000건의 자료를 벌써 다 읽었다. 민주당원들은 이메일 문건까지 다 제출하라고 요구하는데, 그걸 다 충족시키려면 수개월이 걸린다"면서 연기 요청을 거부했다. 진보진영은 캐버노가 인준될 경우, 미 전역에 낙태를 합법화한 1973년 연방대법원의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이 뒤집힐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한편, 캐버노 지명자 청문회는 오는 7일까지 진행된다. 인준안은 10월초 상원 전체회의에서 과반(50표 이상) 찬성을 얻으면 통과된다. 현재 상원은 공화당 50석, 민주당(무소속 포함) 49석이다. 법조계에서는 공화당 내 이탈표가 없고, 민주당 의원 4~5명의 찬성표로 캐버노 지명자가 무난히 인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원용석 기자 [email protected]